협회관련 소식을 알려드립니다.| 건설경제-기고(2013.8.5) 발주기관의 안전불감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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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태 / 한국건설감리협회장 지난 7월 보름 간격을 두고 발생한 노량진 배수지 공사현장 수몰사고와 방화대교 남단 연결램프 상판 구조물 붕괴사고는 무려 9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더운 여름날 건설현장에서 땀의 대가를 찾고자 했던 그들 한분 한분이 바로 내 가족이고 이웃임을 생각하면 괴롭기 그지없다. 근로자와 그 유가족들에게는 차마 위로의 말조차 건네기 힘들다. 떠난 사람의 애틋한 사연과 남은 사람의 참담한 심정을 조금이나마 헤아리려 노력하고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니 살아남은 관계자들은 그 죽음 앞에서 깊은 슬픔으로 침묵하는 것이 옳다. 사고의 원인과 과실은 조사결과가 나온 후에 시비를 따져야 한다. 그럼에도, 이번 사고에 대해 입을 열게 된 것은 발주기관인 서울시의 도의에 어긋나는 행동에 대해 한마디 하지 않고 넘어갈 수 없어서다. 이번 사고에 대한 관계 당국의 수사가 진행되는 와중에 서울시는 “책임감리제도 현장이기 때문에 발주처 공무원들은 공사 진행과정에 관여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전면책임감리제 현장이기 때문에 사고는 전적으로 감리사에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서울시는 “이번 사고의 원인인 책임감리제도의 문제점을 적극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를 토대로 모든 언론은 책임감리제도가 이 사고의 원인이라 보도하고 있다. 기가 막힌 노릇이다. 책임감리제도 하에서 이루어지는 공사라서 감리업체의 책임이라면, 공사위치가 서울시에 있으니 서울시에 책임이 있고, 한강 물에 의한 사고니 한강에 책임이 있다는 말과 무엇이 다르겠나. 건설업계에서 발주기관이 항시 ‘슈퍼 갑(甲)’ 노릇을 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이처럼 무신경하고 이기적인 발언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참으로 곤욕스러운 일이다. 갑의 노릇을 할 때는 그만큼 갑의 소양을 갖춰야 한다. 서울시가 인명사고 앞에서 책임을 회피하는 데만 급급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결국 그 ‘갑’의 수준을 보여주는 일일 것이다. 1994년 도입된 책임감리제도는 당시 사회적으로 만연했던 건설현장의 부정부패를 방지하고 발주기관의 부족한 기술력을 보완하고자 도입된 제도다. 제도 도입 이후 20여년 간 약 1만6000여건의 크고 작은 공공공사 현장에서 부실공사 방지와 안전사고 예방에도 많은 성과를 거뒀다. 우리나라 감리제도는 현재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가까운 일본이나 중국에서도 우리의 책임감리제도에 깊은 관심을 보이며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 감리현장이 후진적인 모습으로 비쳐지는 것은 제도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슈퍼 갑인 발주기관이 감리제도를 올바르게 운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감리제도는 20여 년 동안 발주처와의 관계정립에 대한 문제를 끌어안고 왔다. 현재 감리제도 정착에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발주처의 안이한 태도다. 발주기관마다 책임감리의 업무 범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현장에서 많은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책임감리제도 하에서 감리자가 권한과 책임을 갖고 일을 진행하여야 하는데, 감리권한을 행사해 공사를 중지시키려 하면 발주처와 업무협조가 순조롭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발주처의 승인 없이 감리자가 권한행사를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감리자의 관리권이 발주처에 있다 보니 공사현황에 대한 과도할 정도의 자료요구와 함께 정작 발주처에 책임이 있을만한 결정사항이나 업무지시 및 의사표시는 구두로 하며, 후에 책임소재를 흐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우리나라의 발주처는 책임은 지지 않는 감독관이다. 사소한 설계변경까지 상세히 보고 후 승인을 받도록 강제하고 과거의 감독관 업무를 그대로 수행하려 하면서 뒤에 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안전 불감증을 건설업체와 감리사에서만 찾는 발주처는 스스로의 ‘불감증’에 대해서 먼저 성찰할 필요가 있다. 불감증 확대로 상대방에 대한 신뢰를 상실하면 최소한의 도의마저 잊게 된다. 책임감리제도는 20여년간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개선해왔으며 시장도 그에 맞춰 함께 진화했다.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시공사들도 감리사들에 닫힌 마음을 점차 열기 시작했다. 변하지 않았고, 변화를 못한 것은 발주기관뿐이다. 향후 관계 당국의 조사결과 책임감리제도 자체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의 보완 및 강화를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면 될 것이며, 책임을 져야 할 대상이 있다면 마땅히 깊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바라건대 조사 기간에는 서울시 역시 사고원인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반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안전과 도덕 불감증에 걸린 ‘갑(甲)’이 ‘을(乙)’에게 예민함을 요구할 수는 없는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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